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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무는 경자년(庚子年)에...
작성자 : 김용수 등록일시 : 2020-12-26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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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무는 경자년(庚子年)...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불화와 분열이라는 유령은 갑자기 확장된 모습으로 우리들을 뒤흔들어 창조적 에너지를 갉아먹었다. 너와 나는 같이 손잡고 세상의 우여곡절을 같이하는 상생과 참여의 우치(愚癡)에서가 아니라, 나 아닌 너는 적일시 분명하며 그래서 기어코 굴복시켜야 한다는 음험한 싸움의 등식이 어느덧 우리 사회의 속살에 깊숙하게 배어들고 말았다.

쏟아지는 막말의 소나기 불화와 분열의 유령이 세상을 뒤흔들어도 누워있던 갈대 일어서듯 펄떡이는 삶의 기백이 우리에겐 분명 있다.

나이가 더해질수록 몸과 마음은 한결 가벼워진다. 비로소 제 분수를 알게 되고, 체념할 것과 아니할 것을 가려낼 줄 아는 안목과 겸양을 갖추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이러저러한 사회적 갈등에 휘둘리지 않고 조용하고 단순하게 살고 싶다는 욕구도 나이만큼 두께를 더해간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우리들 부박(浮薄)한 삶 위에 켜켜이 묻어 있던 구차스러운 땟국들을 한 켜 한 켜 벗기며, 가슴 속에 남아있는 유혹과 미련을 벗어던지려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2020년 경자년(庚子年)은 온 나라가 질병으로 얼룩졌다특히 농업계는 코로나19, 아프리카돼지열병장마태풍조류인플루엔자까지 각종 재난이 강타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고통스러운 시기를 마감하고 있다.

올 초 시작된 코로나19는 우리의 삶을 완전히 뒤바꿔 놓았다. '언택트', '뉴노멀등 평소 쉽게 접하지 않는 단어들이 난무하고마스크 사용이 일상화되는 공상과학에서나 나올 법한 세상을 살아나가고 있다.

엄동설한의 살갗을 에는 듯한 추위에도 문을 열어 놓고 오랫동안 먼산바라기를 한다. 겨울철 특유의 잿빛 하늘과 흐릿하게 골격이 드러난 산등성이 아래의 밭고랑 뒤로 우중충한 외관을 드러낸 가옥들이 듬성듬성 박혀 있다. 휠 대로 휜 삶의 질곡들이 궁핍하고 누추한 그 농가들의 외벽위로 자욱하게 쌓여있다.

예나 지금이나 짓누르고 있는 고단한 삶의 중력에서 조금도 비켜나지 못했다는 흔적이 뚜렷하다. 그와 함께 나 자신이 짊어지고 있는 짐의 무게 역시 그대로라는 자책감이 뒤통수를 때린다. 짐의 무게를 덜기는커녕 폭력에 가까운 변덕과 몰락조차 아랑곳하지 않고 천지를 불화와 갈등으로 한 해를 보내 버렸다는 회한이 가슴속을 암팡지게 파고든다. 이부법적 사고가 지난 한 해의 우리 사회를 덥석 물어 버렸고, 나 또한 은연중 휩쓸려 내 고유한 삶의 무늬조차 놓쳐 버렸다는 상실감이 가슴을 짓누른다.

교수들이 올 한 해를 특징 짓는 사자성어로 나는 옳고 남은 그르다는 뜻의 아시타비(我是他非)’를 꼽았다. 아시타비는 올해 크게 유행했던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란 말을 한문으로 옮긴 성어로, 최근 만들어진 신조어다.

신축년(辛丑年)은 천간이 이고, 지지가 인 해이다. 신축(辛丑)60간지 중 38번째이다. ''이므로 '하얀 소의 해'이다. 납음은 벽상토(壁上土)이다.

다사다난했던 경자년(庚子年)이 저물어가고 있다. 2020년 경자년(庚子年)은 온 나라가 질병으로 얼룩졌다특히 농업계는 코로나19, 아프리카돼지열병장마태풍조류인플루엔자까지 각종 재난이 강타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고통스러운 시기를 마감하고 있다. 서민들의 내집 마련의 꿈은 수차례 부동산 대책에서 공공 임대 주택까지 숱한 정책에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 일관성 없는 대책으로 결과적으로 시장 혼란, 재산세 서민증세, 서울에서 경기도로 밀려나는 서민들 등 부동산 정책의 소용돌이는 저무는 해에 접고 2021년 신축년(辛丑年)에는 국민 모두가 희망찬 꿈을 키워가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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