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령화의 경제적 파급 효과를 다룬 한국개발연구원(KDI) 보고서의 내용은 실로 충격적이다. 일간지 사설 등에서‘시한폭탄’,‘국가적인 재앙’이라는 극단적인 표현이 나올 정도로 심각한 현상이 바야흐로 우리 사회를 강타하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이 대처 방안을 제시했으니 시행만 잘 하면 될 것이라 기대하면서도 다시 한 번 성찰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금할 길 없다. 고령화 문제의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식탁엔 항상 되풀이 돼 내놓은 메뉴가 있다. 연금, 의료보험, 노인용 임대주택, 복지 서비스, 노인고용 등의 분야로 획기적인 개혁이 상에 오른다. 모두가 타당한 대책들이다. 하지만 이런 방책을 어떻게 실현할지에 대한 다각도의 검토 없이는 단순한 대증요법 수준에 머물지 근원적 치유에 미치지 못할 우려가 있어 염려스럽다. 고령화 문제는 다양한 사회·경제적 요인들과 매우 복잡하게 얽혀 있어 현명한 해답을 구하려면 여러 측면에서 접근하는 복합적인 검토를 요한다. 우선, 우리 사회의 고령화는 전혀 예측도, 준비도 하지 못한 상태에서 벌어지는 변화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그러니 모든 대책은 애당초 밑바닥에서부터 완전히 새로 시작해야 하는 부담이 따른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심층적인 종합진단을 서둘러야 한다. 또 이 문제는 변화의 속도와도 연관이 있다. 우리나라의 고령화는 세계사에 유례없는 무서운 속도로 진행한다는 또 하나의 불가사의를 낳았다. 이런 추세라면 현시점에서 아무리 서둘러 해결책을 강구해 봐야 대책을 시행하기 전에 새로운 문제가 눈앞에 펼쳐지지 말라는 법도 없을 것이다. 이런 때 정치권, 국가 기구 및 이들을 돕는 두뇌 집단은 차라리 변화 자체의 성격에 관한 심도 있는 이해를 추구하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다. 문제가 심각할수록 성급한 접근을 삼가야 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고령화에 대처하기 위한 정책적 개선의 구체적인 사안들은 상당한 희생과 부담을 동반하는 것임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연금, 보험, 주택, 고용, 의료, 복지 서비스 등에 관련된 여러 가지 방도를 제안하고 있다. 하지만 원래 이런 정책 과제를 두고 제도적 혁신을 추진하자면 온갖 이해관계가 뒤얽힌 집단과 계층이 충돌하기 마련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이들이 과연 얼마나 양보하고 희생할 수 있을지를 예견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고, 이해 충돌로 인한 갈등의 관리와 해소를 현명하게 처리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특히 우리 사회가 이런 면에서는 후진적 미숙함을 면치 못했으므로 여기서 실패한 소지가 크다는 점을 깊이 새겨야 한다. 적정 수준의 사회적 합의를 얻지 못하면 사회 전체의 생존이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고령화의 문제를 오로지 경제적인 관점에서만 다루는 자세도 한계가 있다. 고령자 대책은 점점 수명이 길어지는 인구가 물질적 풍요, 정신적 안녕, 그리고 사회 심리적 행복을 누리며 살 권리를 항상 염두에 두고 접근해야 한다. 경제적인 기본 욕구의 충족 외에도 사회적 지지를 대폭 키우고 사회적 참여의 기회를 확충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이 과업이라는 국가와 가족이 아닌 제3의 부문이 필요하고 더 효율적일 수 있다. 바로 시민 사회의 자발적 부문이다. 여기서 상호부조와 자원봉사 및 자발적 사회 참여의 기제가 제대로 작동하기만 하면 국가에 대한 보완적인 기능을 수행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 모든 고령화 문제는 국민이면 누구나 인지하고 머릿속 깊이 각인하고 있어야만 앞으로 어려운 정책 과제들을 시행하고자 할 때 동참할 수 있을 것이다. 국가, 기업, 시민사회의 다방면에서 교육과 홍보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를 바란다(세계일보, 2007. 02. 20, 김경동). 우리나라 고령화 추세는 심각하다. 2000년 들어 이미 고령화 사회(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7.0% 이상)에 접어든 상태다. 2017년 고령사회(14% 이상)에, 2026년에는 초고령사회(20% 이상)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했다. 고령화 사회로의 문제는 일찌감치 일손을 놓은 노인들이 경제적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것이다. 노인 빈곤층의 확산은 곧 삶의 질 악화로 이어진다. 노인 자살률의 증가가 이를 뒷받침해 주고 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인구 10만 명당 평균 자살률은 29.1명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노인 남성의 경우 그 비율이 60∼69세 64.6명, 70∼79세 110.4명, 80세 이상 168.9명이라는 결과다. 노인 자살률의 증가는 물질적인 토대가 심하게 흔들리면 통계적으로 불안, 우울, 행복감 저하 같은 부정적인 요인들이 찾아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발표에 의하면 우리나라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이 50%에 육박한다. 노인 두 명 중 한 명은 빈곤층이라는 얘기다.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은 OECD 회원국 중 압도적 1위이다. 경로사상을 최고의 덕목으로 치던 우리에게는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과도한 자녀 교육비 지출, 불충분한 사회보장 시스템 등 노인을 가난하게 만드는 문제 중 그 어느 것도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고령화 사회의 원인은 출산율 감소를 들 수 있다. 더불어 보건 의료의 발달과 사망률의 감소 등에 의해 노인인구가 증가한다. 그로 인해 빈곤, 질병, 고독이라는 병리현상을 낳는다. 게다가 급속도로 핵가족화가 진행돼 노부모와 떨어져 살면서 노인독거 가구율이 높아지는 것도 문제다. 특히 전체 노인들 중에 80% 가까이 건강 악화와 생활비 마련에 대한 어려움과 배우자 사망 등에 따른 고통을 겪고 있다. 상황이 이럴진대 그럴듯한 대책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그렇다면 빈곤한 노인들의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년 연장과 연금제도의 확대, 노인 일자리 창출 등이 선행되어야 한다. 장기적인 노인대책의 근간은 돈이다. 국민연금 재정이나 국가 재정의 건전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노인 빈곤 문제를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공공부문뿐 아니라 교육, 노동 부문의 개혁 과제들도 신속히 추진해야 한다. 결국 젊은이도 노인이 된다. 그래서 노인대책은 하루빨리 마련되어야 한다. 우리 모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경기일보, 2015. 05. 27). 우리나라는 20세기 후반, 고도의 경제 성장과 더불어 생활수준 향상과 생활양식의 변화를 경험하게 됨으로써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사회적으로 증대되기 시작하였다. 국가적으로도 복지사회 구현을 정책 방향으로 설정하여 모든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추진하는 방안을 모색하게 되었다(심규성, 2012). “체육 또한 국가 경제의 성장과 여가활동의 확산이라는 시대적, 사회적 배경 속에서 건강 증진과 삶의 질 향상 기능이 강조되고 있으며, 그 결과‘체육복지’라는 개념이 대두되고 체육과 사회복지의 융합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김예성, 박채희, 2012: 167). 사회복지는 구성원들이 지니는 생활상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고 생활 조건을 개선하여 행복을 추구하도록 도움을 줌으로써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가치를 구현할 수 있는 인간다운 삶을 확보하도록 하는 것을 궁극적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물질적 풍요로움뿐만 아니라 모든 사회 구성원들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과 발달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초기 사회복지는 소수 빈곤층이나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해왔으나 현대사회로 접어들면서 그 대상이 국민 전체로 확대되었고, 빈곤이라는 경제적 문제에 대한 대응 방안에서 나아가 국민들의 전반적인 생활상의 욕구 충족, 이를 넘어 보다 고차적인 욕구의 충족까지도 그 대상에 포함시키고 있다. 즉, 기존의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경제적 생활 보호에 치중하는 사회복지 정책만으로는 국민의 삶의 질을 보장하기 어려움을 인식하고, 모든 국민의 문화적 향유권 보장을 통한 삶의 향상이라는 정책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최종혁, 이연, 안태숙, 유영주, 2009). ‘체육복지’도 이러한 시도의 한 측면이라 할 수 있다. “체육과 사회복지를 연계시켜‘체육복지’의 영역을 구성하는 데에는‘건강’이라는 개념이 중요한 연결고리가 된다. 건강한 삶이란 복지 차원에서 모든 인간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지향점이며, 체육활동은 예방적 또는 치료적 차원에서 인간이 건강상태를 유지하도록 돕는 일차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김예성, 박채희, 2012: 167-168). 경로당에서 소일거리로 화투를 하고, 넋 놓고 TV에서 방영되는 연속극을 시청하는 노인의 모습은 낯설지 않은 우리네 생활상이다. 그러나 이런 무미건조한 생활상이 나의 미래상이라고 생각하면 안타깝기만 하다. 우리 모두는 자신의 노년은 정신적, 경제적으로 여유롭고, 자신의 제 2의 인생을 시간의 구애 없이 건강하고 행복한 나날을 보내기를 원하고 있다. 국가는 이러한 행복한 노년의 상을 단지 개인의 희망사항으로 치부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젠 노년문제는 더 이상 소수 특정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도 여타의 선진국처럼 생활수준의 향상, 의료기술의 발전 등으로 평균 수명이 연장되고, 저 출산, 저 사망으로 인하여 노인 인구는 물론 인구비율까지 급속하게 증가되고 있다. 노인 인구의 급속한 증가는 노인 부양 부담으로 연계되고 이로 인한 경제적 부담으로 국가 경쟁력의 저하는 이미 선국국가에서 발생하고 있다. 선진국형 복지국가를 지향하고 있는 우리에겐 과거 정부의 노인복지의 중점정책이었던 보건, 의료복지는 더 이상 특별한 정책이 될 수 없다. 이러한 가운데 의료비의 절감은 물론 삶의 질을 높이고 건강증진의 초석인 노인 체육활동은‘적극적 복지(active welfare)’정책의 일환으로 그 중요성이 더욱 증가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고령화로 인한 노인의 육체적 기능 저하와 은퇴 후 시작되는 역할상실과 무료함은 더욱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현실에서 체육활동은 육체적, 정신적 측면의 노인문제를 해결하는 데 현실적 대안이라 할 수 있다. 결국 노인체육은 향후 국가가 지속적으로 다룰 중요한 정책이 될 것이다. 그러나 “어느 국가보다도 경제발전이 급속히 진행된 지난 40여년, 그 우선순위에 밀려 우리나라의 노인체육은 걸음마 상태이며, 체계적인 정책 수립도 이루지 못한 상태에서 이미‘고령화 사회’의 문턱을 넘어선 실정이다. 따라서 노인체육 활성화를 위한 사업 추진과 관련 부서, 그리고 프로그램 등 제반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노인 체육정책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할 과제이며 이를 위해 정책적 연구가 절실하다.”(하웅용, 이소연, 2008: 100). 이 책 쓰기를 시도한 의의는 미래 노인체육 정책 연구에 앞서 지금까지의 노인체육의 변천과정을 사회사적 맥락에서 분석하고 해석하는 데 있으며,‘이는 과거를 아는 사람만이 미래를 가질 수 있다’는 명제에도 일치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졸고(拙稿)에서는 노인체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노인체육 활성화를 이루기 위해서 꼭 필요한 연구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필요성에 의거하여, 글쓰기에서는 향후 노인체육의 활성화와 정책적 방안을 위한 기초 작업으로써 노인 체육정책이 부재했던 시기부터 지금까지 노인복지 및 노인체육 정책의 형성과 변천을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환경을 통해 분석하고, 보건복지부, 문화체육관광부와 같은 정부 조직 및 국민생활스포츠협의회를 통해 추진되고 있는 노인복지 및 체육정책을 분석하는데 목적이 있다. 이 책 쓰기를 수행하기 위한 연구는 문헌 고찰 방법이다. 한국 노인 체육정책 변천과정을 고찰하기 위하여 정부 관련부처의 문서 및 통계자료, 국내 문헌 및 연구논문 등을 면밀히 분석하였다. 이러한 노인 체육정책의 역사적 분석을 수행한 후, 제시된 분석 내용들을 일반화시키는 이론적 접근을 함께 하기 위해서 사회사적 접근 방법(sociohistorical approach)을 적용하였다. 사회사는 기존의 역사적 설명과 달리 노인 복지 및 체육정책에 영향을 끼친 사회, 정치, 경제, 인물의 역할과 그 이외의 의도하지 않은 결과(unintended results)들을 설명하는 데도 효과적일 것이라 본다(Hargreaves, 1986: 37-39). 즉, 책에서 제시하게 될 노인복지 및 체육과 관련된 여러 자료들에 대한 평면적 이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노인관련 전반적인 정책을 구성하고 있는 내용에 대한 구조적 이해가 요구되고, 이를 통해 각각의 자료들이 정책의 어떠한 측면을 실천하기 위한 것이었는지 파악함으로써 본 연구의 논지를 보다 객관적으로 입증하려고 시도하였다. 또한, 우리나라 노인복지 및 체육의 정책 분석을 통하여 특정정책의 형성이 어떻게(how)이루어 졌으며, 정책 형성과정에서 나타난 제반의 특징이 무엇(what)이었는지를 국가 정책적 맥락을 중심으로 분석하였다. 그러나 노인체육 정책형성 및 변천에 관한 연구는 아직 정리된 연구 자료가 미흡하고 이로 인하여 통상적으로 합의할 수 있는 연구방법이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몇 가지 드러난 사회, 문화, 정치에서 중요한 변인을 중심으로 가설적인 차원에서 논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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