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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키호테, 체육선생의 삶
작성자 : 海東 김용수 등록일시 : 2018-09-16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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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성장하면서 평생 동안‘이야기’라는 도구를 통하여 서로 교류하고, 상호 작용한다.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로 자신의 삶을 이해시키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들의 세계를 이해하며 살아간다. 그 중에서도 자신의 삶 이야기는, 어떤 사건과 경험들이 일정 기간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것이 일어난 특정 순서대로 연결되어 구술하는 본인에게 의미 있는 이야기 줄거리로 형성된다.
체육사에서 이야기 줄거리를 통한 구술 자료의 활용이 잘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문제점은 현대사를 연구하는 연구자 층이 얇은 면도 있지만, 체육사에 대한 연구자들의 인식과 관련되어 있다. 그러므로 그 무엇보다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체육 분야에서 체육인들의 활동과 역할에 대한 이해의 부족, 즉 체육인들의 경험에 대한 설명이나 의견을 지극히 개인적으로 여기는 측면이 다른 분야보다 더욱 강하게 적용되었다는 점이다(한국구술사연구회, 2005: 375).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그 동안‘특별한 것이 없다’고 등한시 했던 평범한 체육인의 삶에 대해 연구 대상으로 관심이 모아지기 시작하였다. 박기동(2003)은 『스포츠와 글쓰기』에서‘이제부터는 질적 연구로’(박기동, 2003: 1)라는 서문을 통해 질적 연구에 대한 편향을 보이면서, 2006년 4월 21일부터 대학원생들과 체육 구술사 아카이브 구축을 위한 ‘세미나’를 조직하여 진행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체육사의 정체성에 대한 문제 제기로 구술사는 학회에서 호된 신고 의식의 시련을 겪어야만 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체육사에서 질적 연구의 한 분야로 구술사와 구술생애사가 나름대로 자리매김을 해 나가고 있다.
지금까지 체육사 연구에서 구술을 보충 자료로 활용한 생애사 연구물은 진일보하여 다수의‘이름 없는 체육인의 삶’을 담아내기 위한 체육사의 한 연구 방법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구술사와 구술생애사 연구는 체육사로서의 접근 기간이 짧을 뿐만 아니라, 역사적 자료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연구물이 저조한 것 또한 사실이다.
구술생애사는 한 개인이 태어나서 살아 온 삶의 이야기(김용수, 박기동, 2010: 78)로부터 출발하여 형성되고, 구조화되어 나간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이제는 이름 있는 체육?스포츠인을 포함하여 평범한 삶을 살았던 체육?스포츠인의 체험 속에서 구술 증언을 통해 한국 체육사의 잃어버린 조각들을 찾아내고 이들의 체험을 통해 체육사를 재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구술생애사 연구는 아직까지 많은 구술사 자료가 역사적인 한 두 사건을 중심으로 연구되어 증언적인 성격이 강하거나 특정한 한 사람의 생애에 관한 상세한 연구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구술생애사는 한 개인의 생애로서의 삶이 대상이 되며, 화자(話者) 자신에 대한 하나의 이해이다. 여기서 체험은 이런 개별적인 삶의 의미를 규정하기 위한, 이해의 직접적이고, 지속적인 기반이므로, 구술생애사는 이해를 위한 계획과 상황 및 현상에 대한 의지를 담고 있는 표현들을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지금껏 진행되어 왔던 편중된 역사관을 탈피하여 전체사적인 견지에서 체육사를 분석해야 한다는 논의가 확산되고 있다. 이를 위한 분석 방법 중 하나가 질적 연구 방법인 구술사와 구술생애사 연구이기 때문이다. 이는 새로운 역사 연구 방법의 창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 체육인의 삶과 체험에 대해 기존의 연구 방법과는 다른 차원에서 분석할 수 있는 것은 없을까 하는 고민에서 비롯된 것이 바로 ‘구술생애사’ 작업이다. 특히 구술생애사는 구체적이고 상세한 내용을 놓치지 않음으로서 다른 자료에서 구할 수 없는 사실을 밝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이균옥, 김양섭, 최경호, 주강현, 2005: 26-27).
나의 지도교수 박기동은 체육사 연구에서 문헌 연구보다는 질적 연구인 구술사와 구술생애사에 관심을 갖고, 한국구술사학회 세미나에 참여하거나 매주 대학원생들과 세미나를 통해 질적연구를 심도 있게 논의하고 있다. 질적 연구에서 구술사와 구술생애사는 일반적으로 민속학적 연구, 인류학적 연구, 현장연구 혹은 참여관찰 연구에 활용되어 왔다.
누구나 살아오면서 자기 삶에 대한 이야기를 회상하고 싶어 하는 심정은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나 또한 정년퇴임을 앞두고 지금까지 살아 온 삶이 특별하지도 그렇다고 평범하지도 않은 삶에 대하여 막연하게 자서전을 쓰고 싶었다. 그러던 중 지도교수의‘돈키호테’ 같은 발상의 강요(?)와 개인적 호기심에서 내가 살아 온 이야기를 생애사 연구의 방법론적 틀로 방향을 잡고, 접근해 보았다.
이러한 맥락에서,‘돈키호테, 체육선생의 삶’이란 이 책은 자기 이야기(self narrative)이자 개인적 서술(personal narrative) 방법인 구술생애사 연구이다. 과거 1970년대 말기에서부터 2000년대 초기까지 체육교사로서의 삶과 2001년부터 2011년까지 학교 관리자(교감?교장)로서 체육정책을 바라보면서 시대적 상황 및 경험에 대하여 과거 한 체육인으로서 걸어 온 지도자로서의 삶, 연구자로서의 삶, 교육자로서의 삶을 회상하고 반성해 보았다. 그리고 2008년부터 늦은 나이에 박사학위 도전을 통한 반성적 체험과 삶을 통해 앞으로 학교체육이 나아갈 방향을 함께 이야기하는 데 의의를 두고 있다.
이 자전적 논문이 사실적 내용에 대한 나열과 축적만이 아니라 상호연관성의 체계화가 부족하여 에세이라고 치부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체육?스포츠사에서 자기 이야기가 방법론적 가능성으로 논문의 한 연구 영역으로서 학문적 가치가 있다고 받아들여 준다면 그 의미가 크다고 본다. 물론 체육?스포츠사에서 이러한 즉자적(卽自的) 고백(告白)인 구술생애사의 새로운 시도는 체육사학자들의 이해와 동의를 얻는 그 과정이 힘들고 험난할 것이라는 것을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논문의 제목에서 보여주듯이 역발상적 ‘돈키호테’ 같은 행동적 시도를 하는 것도 학문 연구 발전에 큰 가치가 있지 않을까 하고 스스로 위로해 본다. 이러한 학문적 환경에서 체육?스포츠사에서 나름대로 자기 이야기를 통한 구술생애사 연구의 기초 자료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론적 필요성을 느껴 이 연구를 기획하고, 시도하였다.
나의 체육교사로서의 삶과 체육?스포츠 이야기를 스스로 회상하고, 기술(記述)한 구술 증언을 통해 시대적 배경에 따른 공과(功過), 교육적 의지, 관리자(교감?교장)로서 체육?스포츠 정책을 바라보면서 과거 내가 걸어 온 체험적 경험을 통해 지도자로서의 삶, 연구자로서의 삶, 교육자로서의 삶을 회상하고 반성해 보는 데 있다. 그리고 박사학위 도전을 통하여 나의 삶에서 나타난 주요 활동과 역할을 살펴보고, 체육?스포츠 발전의 교훈적 의미와 앞으로 학교 체육?스포츠 활동이 나아갈 방향을 이야기 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와 관련하여, 첫 번째 이야기는, 과거 제4공화국 말기로부터 제5공화국의 전두환 정부가 ‘체육부’를 창설하여 빠르게 스포츠정책을 진행한 시기인 1978년 3월부터 1989년 2월까지 나의 체육?스포츠 이야기에서 나타난 시대적 배경에 따른 공과(功過), 그리고 체육교사로서의 삶에 대해 알아보고자 하는 데 있다.
두 번째 이야기는, 1989년 3월부터 2001년 2월까지 나의 체육교사로서의 삶으로, 체육?스포츠가 민족주의, 국가주의적 경쟁과 국위 선양, 국력 과시용 메달 전략이라는 20세기형 엘리트스포츠 형태에서 국가 경쟁력을 통한 사회체육과 세계화 추구와 자아실현의 완성이라는 21세기형 정책인 생활체육으로 전환되었던 시기에 나의 교육적 의지에 따른 체육?스포츠 사랑은 무엇인가를 독자들이 알게 하는 데 있다.
세 번째 이야기는, 2001년 9월부터 2011년 8월까지 관리자로서의 삶과 교감?교장의 입장에서 바라 본 체육?스포츠정책을 통해 과거 내가 걸어 온 지도자로서의 삶, 연구자로서의 삶, 교육자로서의 삶을 회상하고 반성해 보는 데 있다.
네 번째 이야기는, 2008년 9월부터 2011년 8월까지로 박사학위 도전을 통하여 나의 삶에서 나타난 주요 활동과 역할을 살펴봄으로써, 한 체육교사로서의 체육?스포츠의 반성적 체험과 삶을 통해 독자 스스로 교훈적 의미를 인식하고, 학교체육 정상화를 위한 체육?스포츠 활동 방향을 함께 모색해 보는 데 있다.
이러한 연구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이 연구 문제를 설정하였다.
첫째, 체육교사로서의 삶과 체육?스포츠 이야기에서 나타난 시대적 배경에 따른 공과(功過)에 대한 교훈은 무엇이었는가?
둘째, 체육교사로서의 삶과 체육?스포츠 이야기에서 말하고 있는 교육적 의지에 따른 체육?스포츠 사랑은 무엇이었는가?
셋째, 관리자인 교감?교장의 입장에서 회상한 지도자로서의 삶, 연구자로서의 삶, 교육자로서의 삶에 대한 반성은 무엇이었는가?
넷째, 박사학위 도전기에서 나타난 앞으로 체육?스포츠의 바람직한 방향을 어떻게 제시하고 있는가? 를 논의하고자 한다.
삶의 역사는 개인의 자서전 또는 생애사에 의해 만들어 질 수 있다. 생애사란 자신이 살아온 경험을 구술하는 것으로서 구술자가 자신의 생애를 이야기 한다는 점에서는 자서전과 공통점이 많다. 전기(轉記)의 목적은 한 개인, 일반적으로 특정 사회나 문화 내에서 잘 알려진 사람의 삶의 세부적 모습을 알고자 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생애사와 다르다.
이 연구는 구술생애사로 한 개인의 생애로서의 삶이 대상이 되며, 화자(話者) 자신에 대한 하나의 이해이다. 여기서 체험은 이런 개별적인 삶의 의미를 규정하기 위한, 이해의 직접적이고, 지속적인 기반이므로, 이해를 위한 계획과 상황 및 현상에 대한 의지를 담고 있는 표현들을 사용하였다.
따라서 이 연구는 다음과 같은 제한점을 갖는다.
첫째, 구술자 본인의 회상을 토대로 체육교사로서의 삶에 대한 생애 이야기를 스스로 회상(回想)하고, 진술자와 구술자의 증언을 기술(記述)한 생애사 연구이다. 그러나 당시의 시대적 배경과 활동을 같은 범주로 나누어 해석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 따라서 연구의 성격상 연구자와 증언자의 주관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둘째, 생애사(life history)는 개인의 삶의 역사를 기록하고, 유추하고, 분석하는 것을 통해 연구자가 개인의 연대기적인 전 생애의 경험을 글로써 설명하는 것을 말한다. 이와 같은 생애사의 특징인 연대기적 순서인 교생 시절, 체육교사 시절, 부장교사 시절, 교감 시절, 교장 시절, 박사과정 시절 등의 신분 변화에 따른 이해와 사상을 제기하지 않았다.
이는 연구 방법의 구조적 틀 구성에서 시대적 상황에 따른 분석과 비판적으로 추구해야 하는 체육?스포츠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의 소망으로 독립시키지 못한 점이다.

 

2018년 9월

海東 김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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